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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The King of Comedy> : 명성의 환상, 현대인의 고독, 망상의 경계 마틴 스코세이지의 (1982)는 폭력이나 범죄 대신 ‘명성에 대한 집착’을 통해 현대 사회의 병리학적 심리를 드러낸 영화다. 이 작품은 이후 스코세이지가 다시 한번 ‘외로운 남성의 광기’를 탐구한 영화이지만, 이번에는 총이 아니라 마이크를 들었다. 주인공 루퍼트 퍼프킨(로버트 드 니로)은 무명 코미디언으로, 유명 토크쇼 진행자 제리 랭포드(제리 루이스)를 숭배한다. 그는 자신이 언젠가 TV에 출연해 사람들에게 웃음을 줄 것이라고 믿지만, 현실은 잔혹하다. 아무도 그의 재능을 인정하지 않고, 주변 사람들조차 그를 비웃는다. 그러던 어느 날, 루퍼트는 제리에게 접근하려다 실패하자 극단적인 선택을 한다. 그를 납치해 자신의 쇼를 강제로 방송하게 만드는 것이다. 영화는 이 과정을 블랙코미디로 포장하지만, 그 .. 2025. 10. 18.
영화 <Body Heat> 속 욕망의 불꽃, 누아르의 부활, 파멸의 관계 로렌스 캐스단의 (1981)는 1980년대 초 미국 영화계가 다시금 ‘성인영화의 감각과 도덕’을 회복하던 시기에 등장한 걸작이다. 영화는 고전 누아르의 전통을 이어받으면서도, 80년대 특유의 관능미와 심리적 리얼리즘을 결합한 네오 누아르의 전범으로 평가받는다. 이야기의 구조는 간결하다. 플로리다의 한적한 해변 마을에서 무능하고 게으른 변호사 네드 레이시(윌리엄 허트)는 아름답지만 위험한 유부녀 매티 워커(캐슬린 터너)를 만나 치명적인 관계에 빠진다. 처음에는 단순한 불륜으로 시작하지만, 곧 두 사람은 매티의 남편을 살해하고 보험금을 가로채기로 계획한다. 그러나 모든 누아르가 그렇듯, 완벽한 범죄는 존재하지 않는다. 진실은 뒤틀리고, 욕망은 배신으로 변하며, 사랑은 함정이 된다. 는 단순한 스릴러가 아니다.. 2025. 10. 17.
영화 <The Elephant Man> 속 인간의 심장, 존재의 고독, 잔혹한 연민 데이비드 린치의 (1980)은 20세기 영화사에서 가장 인간적인 비극이자, 동시에 가장 잔혹한 연민의 시학으로 남은 작품이다. 영화는 19세기 런던의 실존 인물 존 메릭(John Merrick)의 삶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그는 ‘엘리펀트 맨’이라 불릴 정도로 선천적 기형을 지닌 남자였다. 태어날 때부터 얼굴과 신체가 심하게 뒤틀려 사람들은 그를 괴물로 여겼다. 서커스 단장은 그를 구경거리로 내세워 돈을 벌고, 사람들은 공포와 호기심 속에서 그의 고통을 소비했다. 그러나 영화는 이 ‘괴물’의 외형 뒤에 숨은 인간의 품위를 보여준다. 외모는 끔찍하지만, 그의 내면은 순수하고 섬세하다. 그는 문학을 사랑하고, 예의를 지키며, 인간다운 존엄을 잃지 않는다. 데이비드 린치는 기괴함의 미학으로 유명하지만, 이 작.. 2025. 10. 17.
영화 <Raging Bull> : 흑백의 폭력미학, 인간의 파멸, 구원의 가능성 마틴 스코세지의 (1980)은 20세기 영화사에서 폭력과 인간성, 구원이라는 주제를 가장 원초적인 방식으로 탐구한 작품이다. 영화는 전직 미들급 복서 제이크 라모타의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으며, 로버트 드 니로의 불안정하고 파괴적인 연기가 이 모든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스코세지는 이 영화를 단순한 스포츠 전기로 만들지 않았다. 그는 복싱이라는 프레임 속에 인간의 죄의식과 욕망, 자기혐오, 그리고 신을 향한 구원 욕망을 담았다. 흑백으로 촬영된 화면은 피와 땀의 질감을 더욱 생생히 드러내며, 폭력의 미학을 냉정하게 포착한다. 은 단순히 복서의 이야기나 승리의 서사가 아니다. 그것은 오히려 인간이 자기 자신과 싸우는 과정에서 어떻게 무너지고, 또 어떻게 다시 일어서는지를 보여주는 ‘영혼의 투쟁기’다. 스코.. 2025. 10. 16.
영화 <Breaking the Waves> 속 모순, 구원의 영혼, 도덕적 실험 라스 폰 트리에의 (1996)는 1990년대 유럽 독립영화의 도덕적 중심에 서 있는 작품이다. 영화는 사랑과 신앙, 육체와 영혼, 죄와 구원의 관계를 잔혹할 만큼 솔직하게 묘사한다. 스코틀랜드의 작은 해안 마을을 배경으로 한 이 영화는 신의 뜻과 인간의 욕망이 충돌할 때, 인간은 어디까지 사랑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주인공 베스(에밀리 왓슨)는 순진하고 신앙심 깊은 여인이다. 그녀는 깊이 사랑하는 남편 얀(스텔란 스카스가드)과 결혼하지만, 결혼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얀은 해상 사고로 전신마비가 된다. 얀은 병상에서 베스에게 믿을 수 없는 부탁을 한다. “다른 남자와 잠을 자고, 그 이야기를 나에게 들려달라.” 그것이 자신에게 살아 있다는 감각을 줄 것이라는 이유였다. 베스는 처음에는 혼란스럽지만.. 2025. 10. 16.
영화 <Trainspotting>: 쾌락과 절망의 경계선, 90년대의 분노, 영상 혁명 대니 보일의 (1996)은 1990년대 독립영화의 가장 강렬한 폭발이었다. 영화는 에든버러의 마약 중독자들이 만들어내는 혼란스러운 삶을 통해 세대의 절망과 체념, 그리고 그 안에 숨어 있는 생존의 본능을 포착한다. 이 영화는 단순히 ‘마약 영화’가 아니다. 그것은 사회의 주변부에 내몰린 젊은 세대의 생생한 초상이며, 시스템 바깥에서 살아남으려는 인간의 발버둥이다. 원작은 어빈 웰시의 동명 소설이며, 영화는 그 문체적 리듬을 완벽히 시각화한다. 초반부의 명장면 “Choose life, choose a job, choose a career…”는 단순한 내레이션이 아니라 세대 선언이었다. 주인공 렌튼(이완 맥그리거)은 사회의 규칙과 규범을 거부하고, 친구들과 함께 마약과 쾌락의 세계에 빠진다. 그러나 그 세계.. 2025. 10.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