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8년 야구치 시노부 감독의 Fine, Totally Fine은 제목 그대로 “괜찮은 척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 담긴 작품이다. 일본 독립영화가 종종 보여주는 정적이거나 철학적인 미학 대신, 이 영화는 유머와 잔잔한 감정으로 일상의 무게를 풀어낸다. 그러나 그 웃음은 결코 가볍지 않다. 그 속에는 어른이 되어도 여전히 불안한 인간들의 초상이 있다. Fine, Totally Fine은 ‘평범함’이라는 단어를 찬양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평범함 속에서 인간의 진짜 외로움과 소소한 행복을 발견한다. 감독은 삶의 실패를 슬픔이 아니라 ‘존재의 유머’로 변주하며, 누구도 완벽하지 않은 세상에서 우리가 서로를 어떻게 위로할 수 있는지를 묻는다. 이 영화는 작고 조용하지만, 마음을 묘하게 따뜻하게 만드는 희한한 울림을 남긴다.
영화 <Fine, Totally Fine> 속 사소한 행복
이야기는 평범한 청년 테루오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그는 서른을 넘겼지만 아직 뚜렷한 목표도, 연애도, 성공도 없다. 친구의 중고서점에서 일하며 하루를 보내고, 취미는 괴기 영화를 만드는 것뿐이다. 그러나 그는 늘 말한다. “나, 괜찮아. 정말 괜찮아.” (Fine, totally fine.)—이 문장은 영화의 정서적 축이다. 야구치 시노부는 이 반복되는 대사를 통해 인간이 스스로를 설득하는 방식을 보여준다. 괜찮다고 말하는 건, 사실 괜찮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자기기만 속에도 삶은 계속된다. 감독은 그런 인간의 나약함을 비웃지 않는다. 오히려 그 안에 숨은 생명력을 포착한다. 일본 독립영화가 지닌 감정의 미학—‘평범한 하루의 가치’—가 유머를 통해 완성된다.
영화의 카메라는 인물의 대사보다 행동을 더 오래 담는다. 테루오가 쓰러진 책을 주워 올리고, 고장 난 의자를 고치며, 하찮은 일에 진심을 다하는 모습이 반복된다. 이 사소한 행위들이 그의 인생을 구성한다. 감독은 바로 그 점에서 따뜻함을 발견한다. 인생은 거창한 사건이 아니라, 이런 사소한 순간들의 연속이라는 것. 그리고 그 속에서 인간은 여전히 웃을 수 있다는 것. Fine, Totally Fine은 그 단순한 진리를 유머와 체온으로 전달한다. 사소한 행복은 거대한 구원보다 오래 남는다.
어색한 사랑
영화의 중심부에는 테루오와 서점에서 일하게 된 여직원 아야의 관계가 있다. 그녀는 서투르고, 종종 실수를 반복하지만, 그 불완전함이 오히려 인간적이다. 두 사람의 관계는 일반적인 로맨스와는 다르다. 사랑의 선언도, 드라마틱한 장면도 없다. 대신 서로의 ‘어색함’을 인정하는 과정이 있다. 일본 독립영화가 자주 보여주는 ‘비완결의 관계’가 이 영화에서도 등장한다. 감독은 관계의 깊이보다 방향을 중요하게 본다. 사랑이 완성되지 않아도, 그 여정 속에서 서로를 이해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말한다. 이 미묘한 감정의 균형이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이다.
특히 테루오가 아야에게 선물하려던 괴기 영화 소품이 부서지는 장면은 상징적이다. 그것은 관계의 실패를 뜻하지만, 동시에 진심의 흔적이기도 하다. 인간은 완벽하게 사랑할 수 없지만, 불완전하게나마 애쓸 수 있다. 감독은 이 장면을 유머로 포장하면서도, 그 안에 깊은 슬픔을 숨긴다. 웃음 뒤에 스며 있는 외로움—그것이 야구치 시노부 영화의 서명이다. 그는 우리에게 묻는다. “정말 괜찮은가?” 그러나 답을 강요하지 않는다. 대신 인물들이 서로의 옆에서 묵묵히 ‘괜찮은 척’을 하며 살아가게 둔다. 그것이 인간다운 사랑의 방식이다.
불완전한 위로
영화의 마지막, 테루오는 여전히 같은 일상을 반복한다. 하지만 그의 표정은 조금 다르다. 여전히 괜찮지 않지만, 괜찮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를 얻었다. 그것이 이 영화의 결론이다. 야구치 시노부는 현실적인 구원 대신 ‘감정의 관용’을 제시한다. 세상은 바뀌지 않지만, 인간의 태도는 변할 수 있다. 불완전한 삶 속에서도 우리는 서로를 위로할 수 있다. 그것이 완벽하지 않아도 좋다. 오히려 그 불완전함 속에서 진심이 태어난다. 일본 독립영화의 미덕은 바로 이 불완전함의 인정이다.
Fine, Totally Fine은 거창하지 않다. 그러나 그 소박함 속에 인간의 존엄이 있다. 사소한 행복, 어색한 사랑, 불완전한 위로—이 세 단어는 영화의 구조이자, 인생의 축약이다. 야구치 시노부는 웃음을 통해 슬픔을 말하고, 실패를 통해 삶의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우리는 모두 완벽하지 않지만, 그래도 살아간다. “괜찮아. 완전 괜찮아.” 이 대사는 단순한 농담이 아니라, 버티며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의 다짐이다. 이 영화는 그 다짐을 가장 다정한 방식으로 기록한 일본 인디의 진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