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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Monster> 속 왜곡된 진실, 아이의 언어, 인간의 이면 (2023)는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다시 사회적 현실로 시선을 돌린 작품으로, ‘진실’이라는 주제를 다층적 시점으로 해부한다. 영화는 한 초등학생의 이상한 행동에서 시작된다. 선생님에게 폭력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아이, 그러나 학교는 이를 은폐하려 하고, 어머니는 진실을 밝혀내려 한다. 그리고 사건이 진행될수록 이야기는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다. 고레에다는 이 단순한 사건을 세 가지 시점 — 어머니, 교사, 아이 — 의 관점에서 반복적으로 보여준다. 각 시점이 더해질수록 진실은 달라지고, 관객의 판단은 뒤흔들린다. 이것은 단순한 미스터리가 아니다. 그것은 인간관계의 ‘인지의 차이’를 시각적으로 탐구한 실험이다. 영화는 “괴물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으로 시작해, 결국 “괴물이라 불리는 것은 누구의 시선인.. 2025. 11. 3.
영화 <Shoplifters> : 이어진 가족, 도덕의 경계, 작은 온기 (2018)은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오랜 시간 탐구해 온 ‘가족의 의미’를 가장 명확하게, 그리고 가장 따뜻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영화는 사회의 가장 낮은 곳, 제도의 바깥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진정한 가족의 본질을 묻는다. 오사무(릴리 프랭키)와 노부요(안도 벚꽃)는 도심의 좁은 집에서 어린 소년 쇼타, 노년의 할머니 하쓰에, 그리고 여동생 아이와 함께 살아간다. 그들은 피로 맺어진 가족이 아니다. 하지만 서로를 돌보고, 밥을 나누며, 추운 밤에 함께 이불을 덮는다. 생계를 위해 소매치기를 하지만, 그 속에는 생존의 이유와 나름의 윤리가 있다. 고레에다는 이 ‘도둑 가족’을 단순한 범죄 집단으로 보지 않는다. 오히려 그들은 사회가 버린 사람들끼리 만들어낸 또 다른 형태의 공동체다. 그들이 .. 2025. 11. 3.
영화 <Air Doll> 속 공허 속의 탄생, 인간을 비추는 인형, 공기 (2009)는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인형이라는 비인간적 존재를 통해 인간의 실존을 탐구한 독립영화다. 이 영화는 인간 사회의 외로움과 감정의 결핍을 은유적으로 드러내며, ‘살아 있는 것’과 ‘살아 있는 척하는 것’의 차이를 묻는다. 주인공 노조미(배두나)는 성인용 공기인형이다. 그러나 어느 날, 그녀는 스스로 의식을 갖게 되고, 인간의 세계로 걸어 나온다. 그녀는 거리의 사람들과 교류하고, 사랑을 배우고, 슬픔을 경험한다. 하지만 그 모든 경험은 인간의 모방일 뿐이다. 그녀는 인간처럼 느끼고 싶어 하지만, 동시에 자신이 진짜 인간이 아님을 안다. 이 영화는 바로 그 모순된 존재의식에서 출발한다. 고레에다는 을 통해 인간이 얼마나 ‘비어 있는 존재’인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인형이 감정을 배우는 이야기는 .. 2025. 10. 31.
영화 <Maborosi> : 죽음 이후의 고요, 빛과 그림자, 삶의 지속성 (1995)는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감독 데뷔작이자, 일본 독립영화의 미학적 정체성을 확립한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이 영화는 인간의 죽음과 그 이후 남겨진 자의 삶을 극도로 절제된 시선으로 다룬다. 주인공 유미코(에사카 마코)는 오사카의 평범한 주부로, 남편 이쿠오와 행복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 그러나 어느 날, 아무런 예고도 없이 남편이 자살한다. 이유도, 유서도 없다. 영화는 그 순간부터 유미코의 ‘남겨진 삶’을 따라간다. 그녀는 아들과 함께 시골로 이사하고, 새로운 남편과 재혼하지만, 마음속에는 여전히 이쿠오의 죽음이 그림자처럼 남아 있다. 는 이처럼 ‘죽음 이후의 시간’을 그린 영화다. 하지만 고레에다는 죽음을 비극으로만 다루지 않는다. 그는 죽음을 통해 오히려 ‘삶의 지속성’을 이야기한다. 영화의.. 2025. 10. 31.
영화 <After Life> 속 죽음 이후, 한 장면의 삶, 또 다른 시선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1998)는 인간의 기억과 존재의 의미를 다루는 독립영화의 걸작이다. 영화는 죽은 사람들이 ‘천국으로 가기 전’ 일주일 동안 머무르는 중간 세계를 배경으로 한다. 그곳에서 그들은 평생의 기억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그리고 그 단 한 가지 기억만을 가지고 영원히 머물게 된다. 이 설정은 단순하지만, 철학적으로 깊은 울림을 준다. 영화 속 사람들은 누구나 평범한 존재들이다. 전쟁 중에 사랑을 잃은 노인, 평생 일만 하다 죽은 회사원, 청춘을 후회하는 젊은 여성, 그리고 아직 어린 소년까지. 그들은 모두 자신이 살아온 삶을 돌아보며 ‘어떤 기억이 진짜 행복이었는가’를 고심한다. 고레에다는 이 과정을 판타지로 그리지 않는다. 대신, 실제 다큐멘터리 인터뷰처럼 자연스러운 대화를 통해 인물.. 2025. 10. 30.
영화 <Still Walking> 속 평범한 하루, 세대의 거리, 삶과 화해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2008)은 일상의 미세한 온도차를 섬세하게 포착한 작품으로, 일본 독립영화의 미학적 절정을 보여준다. 영화는 특별한 사건을 다루지 않는다. 여름날, 한 가족이 모여 점심을 먹고, 대화를 나누고, 다시 흩어지는 단 하루의 이야기다. 그러나 그 하루 속에는 수십 년 동안 쌓인 감정의 층이 녹아 있다. 주인공 료타(아베 히로시)는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남자다. 그는 새 아내와 함께 부모가 사는 고향집을 방문한다. 그날은 죽은 형 준페이의 기일이다. 부모는 여전히 첫째 아들의 죽음을 잊지 못했고, 둘째 아들 료타는 그 그림자 아래 살아간다. 겉보기엔 평범한 가족의 모임이지만, 대화 하나하나에 묵은 감정이 배어 있다. 어머니는 여전히 잔소리가 많고, 아버지는 말이 없으며, 아들은 마음.. 2025. 10.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