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The Apostle> : 신앙의 모순, 인간적 약함, 속죄의 여정
로버트 듀발이 각본, 감독, 주연을 모두 맡은 (1997)은 신앙과 인간성의 경계에서 흔들리는 한 목사의 내면을 집요하게 파고든 걸작이다. 이 영화는 종교를 소재로 하지만, 그것은 믿음의 승리를 노래하는 작품이 아니다. 오히려 은 신앙의 모순, 인간의 죄, 그리고 구원의 가능성을 고통스럽게 탐구한다. 주인공 ‘소니’는 남부 복음주의 교회의 유명한 설교자이지만, 동시에 분노와 질투, 자만으로 가득한 인물이다. 그는 아내의 외도와 자신이 세운 교회의 몰락을 견디지 못하고 폭력 사건을 저지른 뒤 도망자가 된다. 이후 이름을 바꾸고 새로운 마을에서 다시 목회 활동을 시작하지만, 그곳에서도 신과 인간 사이의 모순은 그를 괴롭힌다. 로버트 듀발은 신앙인이자 죄인인 인간의 복잡한 감정을 섬세하게 그려내며, 종교적 영..
2025. 10. 9.
영화 <The Ice Storm> : 가정의 균열, 세대의 단절, 차가운 감정
이안 감독의 (1997)은 1970년대 미국 교외사회의 이면을 해부한 차가운 가족 드라마다. 영화는 외형적으로는 부유한 중산층 가족의 일상을 그리지만, 그 속에는 부패한 도덕, 무너진 인간관계, 정서적 냉각이 깔려 있다. 이안은 대만 출신 감독으로서 미국 사회를 낯선 시선으로 바라보며, 그들의 ‘정상성’ 아래 숨어 있는 공허와 욕망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영화는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하며, 리처드 닉슨 시절의 미국—베트남전의 후유증과 정치적 불신, 성적 해방 운동의 여파 속에서 방향을 잃은 세대—를 배경으로 한다. 이 작품은 단순한 가족영화가 아니라, 한 시대의 도덕적 붕괴를 보여주는 거울이다. 제목의 ‘얼음 폭풍’은 실제 기상 현상인 동시에, 감정의 단절과 영혼의 결빙을 상징한다. 이안은 특유의 절제된..
2025. 10.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