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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Maborosi> : 죽음 이후의 고요, 빛과 그림자, 삶의 지속성 (1995)는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감독 데뷔작이자, 일본 독립영화의 미학적 정체성을 확립한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이 영화는 인간의 죽음과 그 이후 남겨진 자의 삶을 극도로 절제된 시선으로 다룬다. 주인공 유미코(에사카 마코)는 오사카의 평범한 주부로, 남편 이쿠오와 행복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 그러나 어느 날, 아무런 예고도 없이 남편이 자살한다. 이유도, 유서도 없다. 영화는 그 순간부터 유미코의 ‘남겨진 삶’을 따라간다. 그녀는 아들과 함께 시골로 이사하고, 새로운 남편과 재혼하지만, 마음속에는 여전히 이쿠오의 죽음이 그림자처럼 남아 있다. 는 이처럼 ‘죽음 이후의 시간’을 그린 영화다. 하지만 고레에다는 죽음을 비극으로만 다루지 않는다. 그는 죽음을 통해 오히려 ‘삶의 지속성’을 이야기한다. 영화의.. 2025. 10. 31.
영화 <After Life> 속 죽음 이후, 한 장면의 삶, 또 다른 시선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1998)는 인간의 기억과 존재의 의미를 다루는 독립영화의 걸작이다. 영화는 죽은 사람들이 ‘천국으로 가기 전’ 일주일 동안 머무르는 중간 세계를 배경으로 한다. 그곳에서 그들은 평생의 기억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그리고 그 단 한 가지 기억만을 가지고 영원히 머물게 된다. 이 설정은 단순하지만, 철학적으로 깊은 울림을 준다. 영화 속 사람들은 누구나 평범한 존재들이다. 전쟁 중에 사랑을 잃은 노인, 평생 일만 하다 죽은 회사원, 청춘을 후회하는 젊은 여성, 그리고 아직 어린 소년까지. 그들은 모두 자신이 살아온 삶을 돌아보며 ‘어떤 기억이 진짜 행복이었는가’를 고심한다. 고레에다는 이 과정을 판타지로 그리지 않는다. 대신, 실제 다큐멘터리 인터뷰처럼 자연스러운 대화를 통해 인물.. 2025. 10. 30.
영화 <Still Walking> 속 평범한 하루, 세대의 거리, 삶과 화해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2008)은 일상의 미세한 온도차를 섬세하게 포착한 작품으로, 일본 독립영화의 미학적 절정을 보여준다. 영화는 특별한 사건을 다루지 않는다. 여름날, 한 가족이 모여 점심을 먹고, 대화를 나누고, 다시 흩어지는 단 하루의 이야기다. 그러나 그 하루 속에는 수십 년 동안 쌓인 감정의 층이 녹아 있다. 주인공 료타(아베 히로시)는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남자다. 그는 새 아내와 함께 부모가 사는 고향집을 방문한다. 그날은 죽은 형 준페이의 기일이다. 부모는 여전히 첫째 아들의 죽음을 잊지 못했고, 둘째 아들 료타는 그 그림자 아래 살아간다. 겉보기엔 평범한 가족의 모임이지만, 대화 하나하나에 묵은 감정이 배어 있다. 어머니는 여전히 잔소리가 많고, 아버지는 말이 없으며, 아들은 마음.. 2025. 10. 30.
영화 <Nobody Knows> : 보이지 않는 사회, 리얼리즘, 사랑의 잔재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2004)는 일본 독립영화의 정점이자, 세계 영화사에서 가장 섬세한 ‘현실의 기록’으로 평가받는 작품이다. 영화는 실제로 1988년에 발생한 ‘스가모 아이 방치 사건’을 모티브로 한다. 어머니에게 버려진 네 아이가 도쿄의 작은 아파트에 남겨진 채 살아가는 이야기를 다룬다. 고레에다는 이 끔찍한 현실을 폭로하거나 비판하지 않는다. 대신, 그들의 일상을 있는 그대로 관찰한다. 아이들은 놀고, 웃고, 싸우고, 배고파하며 하루하루를 견딘다. 그러나 그들의 평범한 행동 속에는 깊은 비극이 숨어 있다. 어머니가 집을 떠난 뒤에도 아이들은 ‘가족의 형태’를 유지하려 한다. 특히 장남 아키라(야기라 유야)는 어린 나이에 가장의 역할을 떠맡는다. 그는 어머니를 기다리며 동생들을 돌보지만, 시간이 지.. 2025. 10. 29.
영화 <Distance> 속 공허한 인간들, 죄의 무게, 관계의 가능성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2001)는 일본 독립영화사에서 가장 섬세한 감정 실험으로 평가받는다. 이 영화는 실화를 모티브로 하고 있으며, 1995년 일본 사회를 뒤흔든 옴진리교 사건을 연상시키는 ‘집단 살인 테러’를 배경으로 한다. 그러나 감독은 그 사건 자체보다, 사건 이후 남겨진 사람들의 내면을 더 깊이 들여다본다. 영화는 테러 조직 ‘유토피아’의 전 구성원들이 희생된 지 3년이 지난 후, 그들의 가족 네 명이 추모를 위해 숲 속 호수 근처로 찾아오면서 시작된다. 그들은 피해자이자 가해자의 가족이라는 복잡한 위치에 놓여 있다. 그들의 만남은 어색하고 조용하며, 말보다 침묵이 더 많은 대화로 이루어진다. 고레에다는 그 침묵 속에서 인간이 느끼는 거리와 고립을 담담하게 기록한다. 의 제목은 물리적인 거리만을.. 2025. 10. 29.
영화 <Himizu> 속 청춘의 초상, 인간의 울음, 희망의 잔재 소노 시온의 (2011)는 21세기 일본 독립영화 중 가장 강렬한 사회적 은유로 평가된다. 이 영화는 청소년의 내면적 폭발과 일본 사회의 구조적 붕괴를 하나로 결합시킨 작품이다. 제목 ‘히미즈(ドジョウ)’는 진흙 속에서 살아가는 미꾸라지를 의미한다. 그것은 절망의 상징이자, 생존의 은유다. 영화는 대지진 이후의 폐허 같은 세상에서 시작한다. 주인공 스미다(소메타니 쇼타)는 보트 대여점을 운영하는 폭력적인 아버지와 함께 살아가지만, 그의 일상은 폭력과 모멸로 가득 차 있다. 어머니는 집을 떠났고, 그는 자신이 세상에 태어난 이유조차 알지 못한다. 하지만 그런 그에게 한 여학생 케이코(니카이도 후미)가 다가온다. 그녀는 그를 구원하려 하지만, 스미다는 이미 절망 속에 자신을 가두었다. 영화는 이들의 만남을 .. 2025. 10.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