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The House of Small Cubes> : 물속의 기억, 쌓이는 시간, 고독의 집
2008년 오카무라 쿠니오 감독의 The House of Small Cubes는 단편 애니메이션이 기록할 수 있는 감정의 깊이가 어디까지일지를 증명한 작품이다. 고요한 세계 속에서 홀로 살아가는 한 노인의 삶—이 단순한 구조는 짧은 러닝타임 안에서도 매우 깊이 있는 서사적 울림을 만들어내며, 인간의 기억이라는 주제를 가장 섬세하며 상징적으로 담아낸다. 침수된 세계, 물에 잠긴 방들, 그 위로 계속 쌓아 올려지는 작은 큐브의 집. 이 이미지들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인생의 감정 구조 그 자체다. 과거의 방으로 다시 잠수해 들어갈 때마다 노인의 삶은 되살아나고, 물은 기억이라는 무게를 상징한다. 아련하고 절제된 영상미, 대사 없는 연출, 물이라는 소재가 가진 정적 리듬이 결합하며, 이 작품은 시간의 흐름과..
2025. 11. 19.
영화 <In This Corner of the World> : 일상의 파편, 소녀의 견딤, 전쟁의 시간
2016년 카타부치 스나오 감독의 In This Corner of the World는 전쟁이라는 거대한 비극을 거대한 장면이 아닌 ‘일상’의 눈높이에서 바라본다. 작품은 히로시마 주변의 작은 마을에서 살아가는 한 소녀의 이야기를 통해, 한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이 어떤 감정으로 하루하루를 건너갔는지 조용한 어조로 기록한다. 흔히 전쟁 영화는 폭발, 포격, 죽음과 같은 폭력의 이미지로 기억되지만, 이 작품은 그 틈새에 존재하는 미세한 감정의 단면—밥을 짓는 시간, 빨래가 바람에 흔들리는 모양, 가족끼리 주고받는 짧은 대화, 그리고 전쟁을 실감하지 못한 채 흘러가는 아이의 시선—을 통해 역사적 비극의 진짜 정서를 조명한다. 스즈라는 이름의 소녀가 걸어가는 이 여정은 내내 잔잔하지만, 그 잔잔함 속에 삶의 진심..
2025. 11.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