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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Repo Man> 펑크 정신의 미학, 소비문화의 해부, 무질서 속 유머 알렉스 콕스의 (1984)는 1980년대 미국 독립영화의 기묘한 전환점이었다. 이 영화는 당시의 할리우드 주류 영화들이 추구하던 세련됨과 영웅주의를 철저히 비틀며, 사회의 불안과 냉소를 그대로 스크린 위에 옮겨 놓았다. 은 장르적으로 정의하기 어렵다. SF, 코미디, 범죄, 청춘영화, 철학극이 동시에 뒤섞여 있다. 그러나 그 중심에는 분명한 정서가 있다. 바로 ‘펑크 정신(Punk Spirit)’이다. 이 영화의 주인공 오토(에밀리오 에스테베즈)는 아무런 꿈도 희망도 없는 청년이다. 그는 직장을 잃고, 여자친구에게 차이고, 세상 모든 것에 무관심한 상태로 살아간다. 그러던 중 우연히 ‘차량 횟수원(Repo Man)’으로 일하게 되며, 사회의 부조리한 구조 속으로 빠져든다. 그는 부자들의 자동차를 압류하고.. 2025. 10. 20.
영화 <Paris, Texas> 속 사막의 침묵, 기억의 복원, 사랑의 재회 빔 벤더스의 (1984)는 영화사의 한가운데에서 ‘고요한 울림’을 남긴 작품이다. 이 영화는 화려한 사건이나 긴박한 전개 없이, 단지 한 남자가 기억과 가족을 찾아가는 여정을 따라간다. 그러나 그 여정이야말로 인간 존재의 본질을 드러낸다. 주인공 트래비스(해리 딘 스탠튼)는 4년간 실종된 후 사막 한가운데서 발견된다. 그는 말을 잃었고, 과거의 기억도 잃은 듯 보인다. 그의 동생 월트는 형을 데려와 가족과 재회시키려 하지만, 트래비스는 여전히 침묵 속에 갇혀 있다. 영화는 그의 침묵으로 시작해, 서서히 그의 말과 감정을 되찾아가는 과정을 따라간다. 는 인간이 ‘자신을 되찾는 과정’을 보여주는 치유의 영화다. 벤더스는 미국의 광활한 사막과 도심을 대조시키며, ‘공간이 인간의 감정에 미치는 영향’을 섬세하게.. 2025. 10. 19.
영화 <Fitzcarraldo> : 광기의 항해, 자연과 인간 대결, 불가능의 미학 베르너 헤어조크의 (1982)는 영화사에서 가장 거대한 집착의 기록이자, 인간의 의지와 자연의 경계를 시험한 전설적인 작품이다. 영화는 실제로 존재했던 페루의 사업가 카를로스 피츠카랄도(Carlos Fitzcarrald)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그는 아마존 밀림 속 고립된 지역에 오페라하우스를 세우겠다는 꿈을 꾼다. 그는 문명과 야만의 경계에서, 음악과 광기의 경계에서, 신의 질서를 거스르며 불가능한 일을 시도한다. 그의 계획은 단순히 ‘건축’이 아니다. 그는 아마존의 강을 가로질러 거대한 증기선을 산 위로 끌어올려야 했다. 그 장면은 영화의 핵심이자 상징이다. 그리고 놀랍게도 헤어조크는 그 장면을 실제로 찍었다. 특수효과나 미니어처가 아닌, 진짜 배를, 진짜 사람들로, 진짜 산 위로 옮겼다. 이 영화.. 2025. 10. 18.
영화 <The King of Comedy> : 명성의 환상, 현대인의 고독, 망상의 경계 마틴 스코세이지의 (1982)는 폭력이나 범죄 대신 ‘명성에 대한 집착’을 통해 현대 사회의 병리학적 심리를 드러낸 영화다. 이 작품은 이후 스코세이지가 다시 한번 ‘외로운 남성의 광기’를 탐구한 영화이지만, 이번에는 총이 아니라 마이크를 들었다. 주인공 루퍼트 퍼프킨(로버트 드 니로)은 무명 코미디언으로, 유명 토크쇼 진행자 제리 랭포드(제리 루이스)를 숭배한다. 그는 자신이 언젠가 TV에 출연해 사람들에게 웃음을 줄 것이라고 믿지만, 현실은 잔혹하다. 아무도 그의 재능을 인정하지 않고, 주변 사람들조차 그를 비웃는다. 그러던 어느 날, 루퍼트는 제리에게 접근하려다 실패하자 극단적인 선택을 한다. 그를 납치해 자신의 쇼를 강제로 방송하게 만드는 것이다. 영화는 이 과정을 블랙코미디로 포장하지만, 그 .. 2025. 10. 18.
영화 <Body Heat> 속 욕망의 불꽃, 누아르의 부활, 파멸의 관계 로렌스 캐스단의 (1981)는 1980년대 초 미국 영화계가 다시금 ‘성인영화의 감각과 도덕’을 회복하던 시기에 등장한 걸작이다. 영화는 고전 누아르의 전통을 이어받으면서도, 80년대 특유의 관능미와 심리적 리얼리즘을 결합한 네오 누아르의 전범으로 평가받는다. 이야기의 구조는 간결하다. 플로리다의 한적한 해변 마을에서 무능하고 게으른 변호사 네드 레이시(윌리엄 허트)는 아름답지만 위험한 유부녀 매티 워커(캐슬린 터너)를 만나 치명적인 관계에 빠진다. 처음에는 단순한 불륜으로 시작하지만, 곧 두 사람은 매티의 남편을 살해하고 보험금을 가로채기로 계획한다. 그러나 모든 누아르가 그렇듯, 완벽한 범죄는 존재하지 않는다. 진실은 뒤틀리고, 욕망은 배신으로 변하며, 사랑은 함정이 된다. 는 단순한 스릴러가 아니다.. 2025. 10. 17.
영화 <The Elephant Man> 속 인간의 심장, 존재의 고독, 잔혹한 연민 데이비드 린치의 (1980)은 20세기 영화사에서 가장 인간적인 비극이자, 동시에 가장 잔혹한 연민의 시학으로 남은 작품이다. 영화는 19세기 런던의 실존 인물 존 메릭(John Merrick)의 삶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그는 ‘엘리펀트 맨’이라 불릴 정도로 선천적 기형을 지닌 남자였다. 태어날 때부터 얼굴과 신체가 심하게 뒤틀려 사람들은 그를 괴물로 여겼다. 서커스 단장은 그를 구경거리로 내세워 돈을 벌고, 사람들은 공포와 호기심 속에서 그의 고통을 소비했다. 그러나 영화는 이 ‘괴물’의 외형 뒤에 숨은 인간의 품위를 보여준다. 외모는 끔찍하지만, 그의 내면은 순수하고 섬세하다. 그는 문학을 사랑하고, 예의를 지키며, 인간다운 존엄을 잃지 않는다. 데이비드 린치는 기괴함의 미학으로 유명하지만, 이 작.. 2025. 10.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