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2018년 작품 〈Shoplifters〉는 일본 사회의 가족과 공동체, 그리고 빈곤 문제를 날카롭지만 따뜻하게 담아낸 영화입니다.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며 세계적으로 큰 주목을 받았고, 일본 국내에서도 작품성 면에서는 호평을 받았지만 상업적으로는 다른 블록버스터 영화들에 비해 큰 흥행을 기록하지 못했습니다. 한국에서도 제한적 개봉으로 소수의 관객에게만 전달되었지만, 영화의 깊은 메시지와 주제적 힘은 여전히 많은 관객들에게 잔잔한 울림을 남겼습니다. 이 영화는 혈연 중심의 전통적 가족관을 해체하고, 사회적 주변부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선택한 ‘대안적 가족’의 의미를 탐구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Shoplifters〉를 ‘가족의 형태’, ‘생존과 범죄’, ‘사회적 경계’라는 세 가지 키워드로 나누어 심층적으로 분석해 보겠습니다.
영화<Shoplifters> 속 가족의 형태
〈Shoplifters〉는 전통적인 의미의 가족을 의도적으로 해체하고, 혈연과 법적 관계가 아닌 선택과 연대로 구성된 가족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영화 속 오사무와 노부요 부부는 가난과 사회적 소외 속에서 생계를 이어가며, 함께 사는 사람들은 혈연관계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서로를 가족으로 부릅니다. 이들은 길에서 방치된 소녀 유리를 발견해 집으로 데려오고, 그녀를 가족의 일원으로 받아들입니다. 영화는 이 과정을 통해 가족이란 단순히 피로 이어진 존재가 아니라, 서로의 필요와 애정, 선택으로 만들어질 수 있음을 강조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대안적 가족은 사회 제도와 법의 눈에는 불법적이고 위법적인 집단으로 비칩니다. 결국 경찰과 사회 제도가介入하면서 이들의 공동체는 해체 위기를 맞이합니다. 감독은 이를 통해 ‘가족의 본질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법적으로는 범법자 집단일지라도, 서로를 돌보고 사랑하는 관계가 진정한 가족일 수 있음을 영화는 조용히 주장합니다. 이 과정은 관객으로 하여금 전통적 가치관에 의문을 품게 하며, 가족의 개념이 어떻게 시대와 사회적 맥락 속에서 변화할 수 있는지를 고민하게 만듭니다. 〈Shoplifters〉는 결국 가족이란 제도적 정의를 넘어선 감정과 관계의 결과라는 사실을 감동적으로 제시합니다.
생존과 범죄
영화의 또 다른 중심 주제는 생존과 범죄입니다. 영화 속 인물들은 모두 가난과 사회적 배제 속에서 살아가며,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좀도둑질’에 의존합니다. 오사무와 노부요는 슈퍼마켓에서 생활용품을 훔치며 이를 통해 가족의 일상적인 필요를 충족시킵니다. 이는 명백히 불법적 행위이지만, 영화는 이를 단순한 범죄로 묘사하지 않고, 사회적 구조의 실패가 낳은 생존 전략으로 제시합니다. 인물들은 게으르거나 나태한 존재가 아니라, 일할 기회가 줄어들고 사회적 안전망이 부족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불가피하게 범죄에 손을 댑니다. 이 과정은 관객에게 범죄와 생존의 경계가 얼마나 모호할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특히 소녀 유리가 부모로부터 학대받던 현실과 대비되면서, 비록 범죄를 저지르는 공동체이지만 그녀가 처음으로 경험하는 진정한 따뜻함은 ‘범죄’라는 단어로만 단정할 수 없음을 드러냅니다. 생존과 범죄의 경계는 이 영화에서 윤리적 모호성을 드러내며, 관객에게 사회적 불평등과 제도의 부재가 개인의 도덕적 선택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를 성찰하게 합니다. 감독은 이들의 행위를 단순히 옹호하지 않으면서도, 사회적 맥락을 고려했을 때 범죄가 아닌 생존으로 이해해야 하는 측면을 설득력 있게 보여줍니다. 이로써 영화는 가난과 범죄를 이분법적으로 보지 않고, 그 속에서 인간적 존엄과 연대를 발견합니다.
사회적 경계
〈Shoplifters〉는 사회적 경계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을 담고 있습니다. 영화 속 가족은 사회 제도와 법적 기준에서 벗어난 존재로, 주류 사회와는 경계 밖에 위치해 있습니다. 그러나 그들의 삶은 오히려 전통적인 가족보다 더 따뜻하고 진실한 정서를 담고 있습니다. 반면, 유리를 학대하던 친부모는 사회적으로는 ‘합법적 가족’으로 인정받고 있지만, 실제로는 가족의 의미를 파괴하는 인물들입니다. 이는 제도적 기준과 실제 인간적 관계 사이의 괴리를 적나라하게 드러냅니다. 영화는 또한 ‘안’과 ‘밖’을 구분하는 공간적 장치들을 통해 사회적 경계를 시각적으로 표현합니다. 좁은 집 안에서 서로 몸을 기댄 채 살아가는 가족의 모습은 따뜻하고 밀도 있는 관계를 보여주지만, 경찰서나 법정에서는 차갑고 경직된 시선 속에서 해체 위기를 맞이합니다. 이러한 대비는 관객에게 사회적 제도가 진정한 가족을 보호하지 못하고 오히려 파괴할 수 있음을 일깨웁니다. 사회적 경계는 결국 개인의 삶을 규정하고 배제하는 힘으로 작용하며, 영화는 그 경계를 넘어선 인간적 연대와 사랑의 가능성을 강조합니다. 〈Shoplifters〉는 사회적 약자들이 경계 밖에서 만들어낸 대안적 공동체가 얼마나 진정성 있고 아름다울 수 있는지를 보여주며, 관객으로 하여금 ‘누가 가족인가’라는 질문에 새로운 시각을 갖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