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다비 샤우 감독이 연출한 영화 〈Return to Seoul〉은 프랑스에서 성장한 한국계 입양 여성 프레디가 자신의 뿌리를 찾기 위해 서울을 방문하면서 벌어지는 여정을 그린 작품입니다. 이 영화는 단순한 입양 서사를 넘어서 정체성과 문화적 혼란, 그리고 세대와 국가를 가로지르는 인간관계를 깊이 탐구한 작품으로 평가받았습니다. 주연 배우 박지민은 연기 경험이 거의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주인공 프레디를 복잡하면서도 생생하게 그려내며 세계적으로 극찬을 받았습니다. 영화는 칸 영화제와 베를린 영화제 등 주요 국제 영화제에서 상영되었고, 아카데미 국제영화상 프랑스 대표로 출품되며 해외에서는 주목을 받았으나, 국내에서는 대중적으로 큰 흥행을 거두지는 못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이 영화를 ‘입양과 정체성’, ‘프랑스 코업 문화’, ‘한국과의 거리’라는 세 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심층 분석해 보겠습니다.
영화 < Retuen to Seoul > 속 입양과 정체성
〈Return to Seoul〉의 핵심 주제는 입양과 정체성입니다. 프레디는 어린 시절 프랑스 가정에 입양되어 자랐고, 한국적 배경이나 언어에 대해 거의 알지 못한 채 성인이 되었습니다. 영화는 그녀가 갑작스러운 여행으로 서울에 도착하면서 시작되며, 이 과정에서 프레디는 자신도 몰랐던 정체성의 빈 공간과 마주합니다. 프레디는 양부모의 문화 속에서 자유롭고 독립적인 성향을 키웠지만, 동시에 뿌리에 대한 결핍과 알 수 없는 공허함을 안고 살아왔습니다. 한국에 도착한 그녀는 친부모를 찾기 위한 기관을 방문하고, 서류와 절차 속에서 자신의 과거를 파편적으로 확인합니다. 그러나 영화는 단순히 ‘부모 찾기’라는 서사로 제한되지 않습니다. 프레디는 생물학적 부모를 만나는 과정에서도 만족이나 안도감을 얻지 못하며, 오히려 더 큰 혼란에 빠집니다. 입양과 정체성은 이 영화에서 선형적 해답이 없는 질문으로 제시됩니다. 감독은 입양아가 겪는 심리적 복잡성을 드라마틱하게 해소하지 않고, 현실적이고 때로는 불편한 방식으로 관객 앞에 제시합니다. 프레디의 여정은 모든 답을 얻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누구인지 스스로 끊임없이 묻고 정의해야 하는 과정임을 보여줍니다. 이처럼 영화는 입양의 사회적 맥락과 개인적 혼란을 동시에 탐구하며, ‘정체성이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 질문을 던집니다.
코업 문화
〈Return to Seoul〉은 프레디가 프랑스에서 성장한 배경을 통해 문화적 대비를 극적으로 보여줍니다. 프레디는 자유분방하고 자기주장이 강하며, 술자리와 음악, 인간관계에서 서구적 개방성을 드러냅니다. 이는 그녀가 서울에 도착했을 때 겪는 문화적 충돌을 더욱 두드러지게 합니다. 프레디는 한국의 유교적 가치관과 가부장적 분위기, 나이를 중심으로 한 위계적 문화 속에서 낯섦을 느낍니다. 특히 친부를 만나는 장면에서, 한국 사회의 보수적 태도와 감정 표현 방식은 프레디의 자유로운 성격과 정면으로 부딪힙니다. 프랑스 코업 문화 속에서 형성된 그녀의 태도는 단순히 서구적 자유로움이 아니라, 자신의 정체성을 지켜내려는 강한 의지로도 해석됩니다. 그러나 영화는 이러한 문화적 차이를 단순히 ‘충돌’로만 묘사하지 않습니다. 프레디는 한국인과의 관계 속에서 때로는 불편함을 느끼지만, 동시에 자신 안에 존재하는 한국적 뿌리와 서구적 성향 사이에서 균형을 찾으려 합니다. 그녀의 언행은 한국 사회에서는 도발적이고 무례하게 보일 수 있지만, 그것은 자신이 억눌려온 정체성을 확인하고 싶은 열망의 표현입니다. 영화는 프레디를 통해 입양인들이 겪는 문화적 이중성, 즉 두 세계 사이에 놓인 존재의 긴장감을 강렬하게 드러냅니다. 프랑스적 개방성과 한국적 보수성의 충돌은 관객에게 문화적 맥락이 개인의 삶을 어떻게 규정하고 제한하는지를 깊이 생각하게 만듭니다.
한국과의 거리
〈Return to Seoul〉에서 가장 인상적인 요소 중 하나는 ‘한국과의 거리’입니다. 프레디는 한국에 도착했지만, 언어를 모르고 사회적 규범에도 익숙하지 않아 항상 이방인으로 남습니다. 그녀는 친부를 만나지만, 문화적 거리와 감정적 간극은 쉽게 좁혀지지 않습니다. 이 장면은 생물학적 관계만으로는 결코 채워지지 않는 정체성의 균열을 보여줍니다. 또한 프레디는 한국 사회의 시선 속에서 ‘외국인’으로 간주되며, 자신의 뿌리를 찾고자 하지만 정작 그 뿌리에서 환영받지 못하는 이중적 상황에 놓입니다. 이는 해외 입양인들이 공통적으로 겪는 경험으로, 혈연적 뿌리와 문화적 거리 사이에서 끊임없이 흔들리는 삶을 상징합니다. 영화는 프레디가 한국과 프랑스를 오가며 정체성을 탐색하는 장면들을 통해, 그녀가 결코 한쪽에 온전히 속할 수 없다는 사실을 드러냅니다. 그러나 감독은 이를 단순히 비극으로만 그리지 않습니다. 오히려 프레디는 양쪽 문화 사이에서 자신만의 정체성을 만들어가는 주체로 그려집니다. ‘한국과의 거리’는 단순한 물리적 공간의 차이가 아니라, 정체성과 소속감, 언어와 문화의 복잡한 층위를 모두 포함하는 상징적 개념입니다. 관객은 프레디의 여정을 보며 뿌리 찾기와 자아 정립의 문제를 단순한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이고 역사적인 맥락 속에서 이해하게 됩니다. 결국 영화는 한국과 프레디 사이의 거리가 결코 완전히 좁혀지지 않을 수 있음을 보여주면서도, 그 거리를 인정하고 스스로 의미를 부여하는 과정이 곧 정체성의 또 다른 형태임을 제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