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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On-Gaku: Our Sound> : 아무것도 없는 자리에서 시작된 소리

by don1000 2025. 12. 19.

영화 &lt;On-Gaku: Our Sound&gt; : 아무것도 없는 자리에서 시작된 소리

 

On-Gaku: Our Sound는 음악을 다루는 작품이지만, 음악을 잘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아니다. 이 영화의 중심에는 목적 없는 시간과 그 시간 속에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는 리듬이 놓여 있다. 주인공들은 특별한 재능도, 명확한 목표도 없이 하루를 흘려보내듯 살아간다. 그러다 우연히 소리를 내기 시작하고, 그 소리가 반복되면서 음악이라는 형태를 갖추게 된다. 영화는 이 과정을 설명하지 않고 그대로 보여 준다. 무엇을 이루기 위한 움직임이 아니라, 움직이다 보니 생겨난 흐름이 이야기를 이끈다.

영화 <On-Gaku: Our Sound> 속 목적 없이 모인 시간의 흐름

이 작품의 가장 큰 특징은 시간이 느슨하게 흘러간다는 점이다. 인물들은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하지 않고, 하루를 어떻게 보내야 할지도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학교가 끝난 뒤의 시간, 할 일이 없는 오후, 의미 없이 이어지는 대화들이 화면을 채운다. 이 시간들은 서사적으로 중요한 사건으로 이어지지 않지만, 작품 전체의 리듬을 형성하는 핵심 요소가 된다. 영화는 이 느슨한 시간을 인위적으로 정리하지 않는다. 장면은 종종 멈춘 듯 이어지고, 인물들은 대답하지 않거나 엉뚱한 반응을 보인다. 하지만 이 어색함이야말로 작품이 말하고자 하는 상태에 가깝다. 아무것도 결정되지 않은 시간, 아직 방향을 갖지 않은 상태가 그대로 유지된다. 관객은 이 흐름 속에서 인물들이 무엇을 느끼는지보다, 어떤 상태로 존재하고 있는지를 바라보게 된다. 이러한 시간의 사용은 긴장감을 만들지 않지만, 대신 독특한 몰입을 만든다. 빠르게 흘러가는 이야기와 달리, 이 영화는 머무르는 시간을 허락한다. 그 머무름 속에서 소리는 천천히 자리를 잡고, 인물들의 관계도 설명 없이 이어진다. 꼭 빠르게 인물 관계를 설명하지 않더라고 느슨하게 머무르는 속에서 모든 것이 너무나 자연스럽게 설명 없이도 이어지는 것이다. 

기술보다 먼저 생겨난 리듬

이 작품에서 음악은 연습의 결과물이 아니다. 정확한 음정이나 박자를 맞추는 과정은 중요하지 않다. 오히려 인물들이 소리를 내는 순간의 어색함과 불완전함이 그대로 유지된다. 기타를 제대로 잡지 못한 손, 박자가 어긋난 연주, 멈칫거리는 리듬이 화면을 채운다. 그러나 이 불완전함이 반복되면서, 어느 순간 하나의 흐름이 만들어진다. 영화는 음악이 기술에서 출발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 준다. 리듬은 설명이나 이론이 아니라, 몸의 움직임과 시간의 축적에서 생겨난다. 인물들이 아무 생각 없이 소리를 내다보면, 그 소리는 점점 서로를 인식하게 만들고, 함께 있는 시간을 하나의 방향으로 묶는다. 이 과정은 극적으로 표현되지 않지만, 화면 속에서는 분명한 변화로 드러난다. 특히 연주 장면에서 인물들의 표정은 집중이나 열정과 거리가 멀다. 오히려 무심하고 덤덤한 상태가 유지된다. 하지만 그 덤덤함 속에서 리듬은 점점 단단해지고, 소리는 주변 공간을 채운다. 영화는 이 장면을 통해 음악이 목표가 아니라, 결과로 등장했음을 조용히 보여 준다. 아무렇지 않은 덤덤함이 힘주어지는 집중이나 열정을 넘어서서 더 많은 것을 보여준다. 

아무 말 없이 이어지는 관계

On-Gaku에서 인물들의 관계는 말로 설명되지 않는다. 감정을 고백하거나 관계의 의미를 정의하는 장면은 거의 없다. 대신 함께 시간을 보내고, 같은 공간에 머무르며, 소리를 나누는 과정이 반복된다. 이 반복 속에서 관계는 자연스럽게 유지된다. 인물들은 서로에게 크게 기대하지도, 실망하지도 않는다. 누군가 연습을 빠져도 큰 문제가 되지 않고, 소리가 어긋나도 굳이 바로잡지 않는다. 이 느슨한 태도는 관계를 불안정하게 만드는 대신, 오히려 지속 가능하게 만든다. 영화는 관계가 반드시 긴장이나 감정의 교환으로 유지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을 보여 준다. 마지막 장면에 가까워질수록 인물들은 여전히 큰 변화를 겪지 않는다. 성공이나 실패가 명확히 제시되지 않고, 음악이 어디로 이어질지도 설명되지 않는다. 그러나 그들이 함께 만든 소리와 시간은 사라지지 않는다. 작품은 이 점에서 관계의 본질을 말한다. 의미를 규정하지 않아도, 함께 지나온 시간이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목적 없이 모인 시간의 흐름, 기술보다 먼저 생겨난 리듬, 아무 말 없이 이어지는 관계는 On-Gaku: Our Sound가 음악 영화이기 이전에 시간과 존재의 상태를 다룬 작품임을 보여 준다. 이 영화는 무언가를 이루지 않아도 괜찮은 순간들을 조용히 기록하며, 소리가 만들어지는 자리보다 그 자리에 머문 시간의 가치를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