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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Monster> 속 왜곡된 진실, 아이의 언어, 인간의 이면

by don1000 2025. 11. 3.

영화 &lt;Monster&gt; 속 왜곡된 진실, 아이의 언어, 인간의 이면

<Monster>(2023)는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다시 사회적 현실로 시선을 돌린 작품으로, ‘진실’이라는 주제를 다층적 시점으로 해부한다. 영화는 한 초등학생의 이상한 행동에서 시작된다. 선생님에게 폭력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아이, 그러나 학교는 이를 은폐하려 하고, 어머니는 진실을 밝혀내려 한다. 그리고 사건이 진행될수록 이야기는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다. 고레에다는 이 단순한 사건을 세 가지 시점 — 어머니, 교사, 아이 — 의 관점에서 반복적으로 보여준다. 각 시점이 더해질수록 진실은 달라지고, 관객의 판단은 뒤흔들린다. 이것은 단순한 미스터리가 아니다. 그것은 인간관계의 ‘인지의 차이’를 시각적으로 탐구한 실험이다. 영화는 “괴물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으로 시작해, 결국 “괴물이라 불리는 것은 누구의 시선인가?”라는 철학적 질문으로 확장된다. <Monster>는 고레에다의 영화 중 가장 구조적으로 정교한 작품이며, 동시에 가장 감정적으로 섬세한 영화다. 그는 인간의 잘못을 비난하지 않고, 각자의 관점 속에서 존재하는 진심과 오해를 탐색한다. 이 영화는 결국 ‘오해의 영화’이며, 그 오해 속에서 인간이 얼마나 복잡하고 취약한 존재인지를 드러낸다.

영화 <Monster> 속 왜곡된 진실, 다층적 시선의 구조

<Monster>는 세 개의 장으로 나뉘어 있다. 첫 번째 장은 어머니의 시점에서, 두 번째는 교사의 시점에서, 마지막은 아이의 시점에서 동일한 사건을 재구성한다. 이 구조는 아키라 구로사와의 <라쇼몽>을 연상시키지만, 고레에다는 거기서 멈추지 않는다. 그는 각 시점이 단순히 ‘다른 관점’이 아니라, ‘다른 감정의 층위’를 보여주도록 만든다. 어머니는 분노와 불신의 시선으로 세상을 본다. 그녀는 아들의 상처를 통해 사회의 무책임함을 목격한다. 그러나 교사의 시점에서는 전혀 다른 진실이 드러난다. 그는 억울하게 몰린 피해자이자, 또 다른 희생자이다. 마지막으로 아이의 시점에서는 모든 것이 뒤집힌다. 관객이 ‘사실’이라 믿었던 것들은 감정의 해석일 뿐이었다. 고레에다는 이를 통해 ‘진실’이라는 개념 자체의 모호함을 드러낸다. 그는 관객을 도덕적 판단의 자리에서 밀어내고, 각자의 입장 속에서 인간의 복잡한 감정을 이해하게 만든다. 영화의 편집은 절묘하게 교차되며, 같은 장면이 각 시점에서 다르게 보인다. 웃음은 때로 조롱이 되고, 침묵은 고통이 된다. 이런 서사적 반복 속에서 관객은 스스로 판단을 멈추게 된다. 그것이 고레에다가 설계한 윤리적 장치다. 그는 말한다. “진실은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서로의 시선이 있을 뿐이다.”

어른의 세계, 아이의 언어

<Monster>는 아이의 이야기이지만, 실은 어른의 세계를 비춘다. 학교는 체면을 지키려 하고, 언론은 사건을 소비하며, 부모는 아이의 목소리를 ‘대변’하려 한다. 그러나 정작 아이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그는 조용히 자신의 세계 속으로 숨어든다. 고레에다는 이 침묵의 공간을 통해 ‘아이의 언어’를 표현한다. 그것은 논리나 설명이 아니라, 감정과 감각의 언어다. 아이는 친구 미나토와 함께 폐허가 된 터널에서 시간을 보낸다. 그곳은 현실의 폭력으로부터 벗어난 유일한 안식처다. 그곳에서 아이들은 세상의 규칙과 판단으로부터 자유롭다. 그러나 그 자유는 곧 사회의 시선에 의해 ‘이상한 관계’로 규정된다. 영화는 이 순간을 통해 어른들의 시선이 얼마나 폭력적인지를 폭로한다. 어른들은 아이의 감정을 이해하지 못하고, 그것을 ‘문제’로 해석한다. 하지만 고레에다는 그 감정을 순수한 인간적 연결로 묘사한다. 아이들의 관계는 사랑, 우정, 혹은 그 중간 어딘가에 있다. 그 불분명함이 바로 인간의 감정의 본질이다. 그는 사회가 그것을 명확히 정의하려 할수록, 인간의 진실은 왜곡된다고 말한다. 이 영화의 아이들은 말하지 않지만, 그들의 침묵이야말로 가장 큰 울림을 남긴다. 그것은 세상이 이해하지 못한 감정의 순수함이다. 고레에다는 어른의 세계가 그 순수를 괴물로 만들어버린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것이야말로 현대 사회의 진짜 공포다.

괴물은 누구인가 — 인간의 이면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영화 세계 전체를 압축한 듯한 아름다움을 가진다. 아이들은 폭풍이 몰아치는 밤, 불타는 도시를 배경으로 손을 맞잡고 도망친다. 그 순간, 관객은 깨닫는다. 괴물은 그들이 아니라, 그들을 괴물로 만든 세상이라는 것을. <Monster>는 사회가 만들어낸 편견의 구조를 해체한다. 학교, 가정, 미디어 — 모두가 자신만의 진실을 내세우지만, 결국 누구도 진실에 다가가지 못한다. 그러나 고레에다는 절망을 남기지 않는다. 그는 여전히 인간의 가능성을 믿는다. 영화의 엔딩에서 아이들이 손을 맞잡고 숲속으로 사라지는 장면은 상징적이다. 그것은 도망이 아니라, 새로운 세계로의 탈출이다. 그곳에는 판단도, 편견도, 이름도 없다. 오직 존재만이 있다. 그들이 사라진 후, 하늘에는 무지개가 떠오른다. 그것은 희망의 신호이자, 세상의 폭력 너머 존재하는 순수함의 상징이다. 고레에다는 이 장면을 통해 인간이 가진 본질적인 선함을 다시 확인한다. <Monster>는 ‘괴물’을 통해 인간을 비판하지만, 동시에 인간을 구원한다. 그는 우리 모두가 누군가에게는 괴물일 수 있음을 인정하라고 말한다. 그 인정 속에서야 비로소 이해가 시작된다. 결국 이 영화가 말하는 괴물은 외부의 존재가 아니라, 우리 안에 숨어 있는 오해, 두려움, 편견이다. 고레에다는 그 괴물을 사랑으로 마주하라고 속삭인다. 그것이야말로 인간이 괴물이 되지 않는 유일한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