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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Kaiba> : 기억과 몸이 흩어지는 세계의 질문

by don1000 2025. 12. 14.

영화 &lt;Kaiba&gt; : 기억과 몸이 흩어지는 세계의 질문

 

Kaiba는 기억이 저장되고 몸은 얼마든지 교체 가능한 세계를 배경으로, 존재라는 개념이 어떻게 흔들리고 재구성되는지를 실험적인 방식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화면은 단순한 형태의 선과 색으로 구성되지만, 이 단순함 때문에 세계가 가진 불안정한 구조가 오히려 더 선명하게 드러난다. 작품은 인물의 감정보다 ‘기억이 움직이는 방식’을 중심에 두고 서사를 이어 나간다. 기억이 어디에 저장되어 있는지, 그 기억이 어떤 몸에 담기는지에 따라 인물의 정체성은 완전히 달라진다. 이러한 세계의 원리는 시각적으로나 서사적으로나 계속 변하며, 관객에게 존재를 어떻게 정의할 것인지 질문을 던진다.

영화 <Kaiba> 속 기억이 모양을 바꾸는 세계의 원리

이 작품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기억이 독립적인 형태로 존재하며, 마음대로 옮겨질 수 있다는 세계관이다. 기억은 몸과 분리되어 저장되고, 다른 몸으로 이전될 때마다 인물의 위치와 역할도 바뀐다. 이런 설정은 세계를 구성하는 기본 원리로 작동한다. 한 인물이 같은 기억을 가진 채 다른 몸을 갖게 되면, 그 인물은 과거와 현재의 경계에서 새로운 의미를 찾게 된다. 반대로 기억이 삭제되거나 변형되면 동일한 몸을 가지고 있어도 완전히 다른 존재가 된다. 이 세계에서는 몸보다 기억이 더 중요한 기준으로 여겨지며, 기억의 상태에 따라 인물이 누구인지가 결정된다. 기억이 모양을 바꾸는 방식은 장면마다 세밀하게 드러난다. 예를 들어, 한 인물이 기억을 잃은 채 다른 몸에서 깨어나는 순간, 세계는 그 인물을 전혀 새로운 존재로 받아들인다. 주변 인물들은 그가 과거에 누구였는지 판단할 기준을 갖고 있지 않으며, 인물 스스로도 몸의 감각만으로 세계를 이해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기억의 부재는 단순한 혼란이 아니라, 정체성을 구성하는 핵심 조각이 빠져 있는 상태처럼 묘사된다. 작품은 이 상태를 통해 기억이 세계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를 질문한다. 또한 기억이 보관되는 방식은 세계의 권력 구조와도 연결된다. 기억을 저장하고 배분하는 존재들은 그 기억을 이용해 세계를 통제하려 한다. 어떤 기억은 귀중한 자원처럼 취급되고, 어떤 기억은 필요 없다는 이유로 삭제되기도 한다. 이 구조는 기억을 단순한 정보가 아니라, 세계의 방향을 조정하는 힘으로 바라본다. 인물들이 기억을 되찾기 위해 움직이는 장면은 세계의 질서에 대한 저항처럼 보이며, 기억을 되찾는 순간 세계의 규칙이 다시 흔들린다.

몸을 잃고 남은 존재의 궤적

Kaiba에서 몸은 고정된 것이 아니다. 언제든 다른 몸으로 옮겨갈 수 있고, 이 과정에서 인물의 감각도 새롭게 설정된다. 몸이 바뀌는 순간 인물은 자신이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 어떤 감각을 기준으로 세계를 바라봐야 하는지 다시 배워야 한다. 이 변화는 단순한 신체적 적응이 아니라 존재가 다시 태어나는 과정처럼 보인다. 몸이 바뀌면 행동의 범위도 달라지고, 감정의 표현 방식도 달라지며, 주변 인물과의 관계도 전혀 다르게 형성된다. 몸을 잃는다는 설정은 인물의 존재를 시험하는 장치처럼 작용한다. 어떤 인물은 몸과 기억이 동시에 흔들리며 자신이 누구인지조차 알지 못하게 되지만, 그 과정에서 오히려 세계를 더 넓게 바라보게 된다. 몸이 지닌 한계나 역할에서 자유로워지기 때문이다. 반면 어떤 인물은 몸이 바뀜으로써 과거의 감정을 되살릴 수 없게 되고, 그 공백이 관계를 새롭게 구성하는 계기가 된다. 작품은 이런 흐름을 통해 몸이라는 요소가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를 보여 준다. 특히 몸이 다른 존재의 기억을 담아낼 때, 그 몸이 가진 특성도 함께 작용한다. 기억은 인물의 주된 기준이지만, 몸의 움직임과 감각적 제한은 기억이 표현되는 방식에 영향을 준다. 예를 들어, 작은 몸을 가진 인물은 기억 속에서 자신이 강인했다고 하더라도 현실에서 그 힘을 그대로 발휘할 수 없다. 이 차이는 기억과 몸이 완벽히 일치하지 않는 세계의 불안정성을 보여 준다. 작품은 이 불일치를 자연스러운 상태로 받아들이며, 몸과 기억이 서로 완전히 맞아떨어지지 않아도 존재가 성립될 수 있음을 말한다.

정체성을 다시 묻는 마지막 장면

작품의 후반부에서는 기억과 몸의 관계가 갈수록 복잡해지며, 인물들은 자신이 누구인지 다시 묻게 된다. 기억이 완전히 돌아왔더라도 몸이 달라져 있다면 과거의 자신과 연결되기 어려운 경우도 있고, 기억이 일부만 돌아와도 몸이 익숙하다면 과거의 감정이 자연스럽게 따라붙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복잡한 구조는 정체성을 단일한 기준으로 설명하기 어렵게 만든다. 작품은 정체성이 고정된 것이 아니라 기억과 몸, 그리고 선택이 얽힌 흐름 속에서 만들어지는 것임을 강조한다. 마지막 장면에서 인물이 세계의 구조를 다시 바라보는 순간, 그는 단순히 과거를 되찾은 존재가 아니라 새로운 의미를 선택하는 존재로 그려진다. 세계는 여전히 불완전하고, 기억과 몸도 완전히 일치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 불완전함 속에서 인물은 자신의 위치를 스스로 정하며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선택한다. 선택은 정체성을 완성하는 행위가 아니라, 계속해서 변화할 수 있는 가능성을 남긴다. 결국 작품은 기억과 몸이 일치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그 사이에서 인물이 어떤 의미를 찾아 나가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남긴다. 세계는 계속 변하고, 기억도 완벽하지 않지만, 그 변화 속에서도 존재는 지니는 방향을 스스로 만들어 간다. 마지막 장면에 남은 인물의 표정과 움직임은 그 방향을 암시하는 조용한 결의처럼 느껴진다. 정체성은 완성된 형태가 아니라, 계속 이어지는 질문이며 그 질문 속에서 존재는 다시 태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