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8년 요시다 케이 감독의 Intolerance는 일본 사회에 깊이 뿌리내린 도덕적 모순을 날카롭게 파헤친 작품이다. 제목이 암시하듯, 이 영화는 ‘관용 없음’의 시대를 살아가는 인간들의 초상을 그린다. 한 여고생의 사고사와 그것을 둘러싼 지역사회의 반응, 그리고 한 아버지의 분노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이야기는 단순한 범죄극을 넘어선다. 감독은 사건보다 감정에 집중하며, ‘무엇이 옳은가’라는 질문보다 ‘왜 우리는 분노하는가’라는 근본적인 물음을 던진다. 일본 독립영화의 미학이 종종 정적 리얼리즘에 머무르는 반면, Intolerance는 그 정적 속에서 폭발하는 감정을 밀도 있게 포착한다. 이 작품은 인간의 한계와 사회적 압박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태어나는 분노의 본질을 탐구하며, 관객에게 불편하지만 피할 수 없는 현실을 마주하게 한다.
분노의 기원
영화의 첫 장면은 평범한 일상에서 시작된다. 여고생이 친구들과 함께 학교로 향하고, 아버지는 조용히 출근을 준비한다. 그러나 그 일상은 단 한 번의 사건으로 산산조각 난다. 딸이 교사와의 충돌 끝에 사고로 죽음을 맞는 것이다. 이후 카메라는 남겨진 아버지의 시선에 머문다. 그는 진실을 밝히려 하지만, 사회는 그를 냉정하게 밀어낸다. 감독은 이 ‘배제’의 감정을 분노의 근원으로 제시한다. 인간의 분노는 단순한 폭력적 감정이 아니라, 이해받지 못한 고통에서 비롯된다는 것이다. 카메라는 아버지의 일상을 세밀하게 따라가며, 그가 점점 현실과 단절되어 가는 모습을 포착한다. 조용한 방 안, 식지 않은 밥상, 텅 빈 학교 복도—이 모든 이미지가 감정의 공허함을 시각화한다.
요시다 케이는 분노를 연출할 때 과장된 폭발 대신 억눌린 긴장을 택한다. 아버지는 크게 소리치지 않는다. 대신 침묵 속에서 분노가 쌓여간다. 일본 독립영화의 특유한 ‘정적의 폭력’이 바로 이 지점에서 드러난다. 감독은 감정을 외부로 분출시키는 대신, 관객이 그 억눌린 에너지를 체험하도록 만든다. 특히 아버지가 학교를 찾아 교사와 마주하는 장면에서 카메라는 얼굴을 정면으로 비추지 않는다. 대신 손의 떨림, 눈의 초점, 숨소리 같은 미세한 신체 반응을 클로즈업한다. 그 정교한 리듬 속에서 분노는 현실적 감정이 아니라 존재의 상태로 변한다. Intolerance의 분노는 사회의 도덕적 균열 속에서 태어난 인간의 생존 방식이다.
도덕의 균열
이 영화는 단순히 개인의 비극을 다루지 않는다. 감독은 사건을 둘러싼 사회의 반응에 더 큰 초점을 맞춘다. 여고생의 죽음이 언론에 보도되자, 사람들은 SNS와 커뮤니티를 통해 비난과 의심을 쏟아낸다. 학교는 책임을 회피하고, 시민들은 도덕적 분노를 소비한다. 감독은 이러한 집단적 행위를 ‘도덕의 붕괴’로 표현한다. 사람들은 정의를 말하지만, 그 정의는 언제나 누군가를 희생시킨다. 일본 독립영화가 자주 다루는 ‘도덕적 회색지대’가 이 영화에서 극대화된다. 카메라는 군중의 얼굴을 비추지 않는다. 대신 스마트폰 화면과 댓글 창을 통해 ‘익명성의 폭력’을 시각화한다. 관객은 이 장면을 보며 묘한 불안을 느낀다. 그것은 영화 속 세계가 아니라,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이기 때문이다.
감독은 도덕의 붕괴를 비판하는 동시에, 인간의 연약함을 인정한다. 교사는 자신을 변명하려 하지만, 그 안에는 후회와 죄책감이 공존한다. 아버지는 복수를 원하지만, 동시에 자신이 점점 괴물로 변해가는 것을 자각한다. 이 복잡한 감정의 중첩은 일본 인디영화가 지닌 가장 큰 미덕—감정의 단순화를 거부하는 태도—를 잘 보여준다. 도덕의 균열은 인간의 불완전함에서 비롯된다. 감독은 이 사실을 폭로가 아닌 ‘이해의 시선’으로 바라본다. 영화의 모든 인물은 피해자이자 가해자이며, 정의와 죄의 경계는 끊임없이 흔들린다. Intolerance는 이 혼란을 정면으로 응시하며, 도덕이 아닌 공감의 가능성을 묻는다.
인간의 한계
영화의 후반부는 아버지의 내면 붕괴에 초점을 맞춘다. 그는 딸의 죽음 이후, 세상과 완전히 단절된다. 사람들은 그의 분노를 이해하지 못하고, 그는 결국 폭력으로 자신을 드러낸다. 그러나 그 폭력은 복수가 아니라 절규다. 감독은 이 장면을 극적 클라이맥스로 처리하지 않는다. 오히려 고요하게, 냉정하게 보여준다. 폭력의 순간조차 정적 속에서 진행된다. 이 연출은 일본 독립영화의 미학적 핵심—‘정적 속의 진실’—을 상징한다. 카메라는 멀리서 인물을 지켜보며, 그의 무너짐을 차분히 기록한다. 분노는 끝내 아무것도 바꾸지 못하고, 남는 것은 깊은 후회뿐이다. 그러나 그 후회 속에서 인간의 본질이 드러난다. 인간은 완전하지 않기에 고통받고, 그 불완전함 때문에 여전히 인간으로 남는다.
마지막 장면에서 아버지는 고개를 들고 하늘을 본다. 그 눈빛은 구원도 절망도 아닌, 그저 ‘인정’이다. 그는 세상을 이해하지 못하지만, 더 이상 부정하지도 않는다. 감독은 그 시선을 통해 인간이 끝내 도달하는 진실을 제시한다—용서가 아닌, 수용. 분노의 기원, 도덕의 균열, 인간의 한계—이 세 가지는 Intolerance의 철학적 구조를 완성한다. 요시다 케이는 이 영화를 통해 인간의 어두운 본성을 폭로하면서도, 그 안에 깃든 슬픔과 온기를 잃지 않는다. 이 작품은 일본 사회의 도덕적 위선에 대한 비판이자, 인간 존재의 불가피한 모순에 대한 시적 성찰이다. 고요하지만 폭력적인 감정의 진동 속에서 Intolerance는 우리 모두가 품은 분노의 그림자를 비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