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슈레이더 감독의 <First Reformed>(2017)는 독립영화 특유의 실험적 연출과 철학적 깊이를 동시에 보여주는 작품으로, 이선 호크가 주연을 맡아 평생 최고의 연기를 펼쳤다는 평가를 받은 영화다. 영화는 종교적 위기와 개인의 내적 고통, 그리고 현대 사회의 환경적 문제를 결합하여 독특하고 도전적인 이야기를 담아낸다. 줄거리는 작은 교회의 목사인 톨러가 신앙과 삶의 의미를 되돌아보게 되는 과정을 따라가는데, 그 여정은 단순히 개인의 신앙 고백이 아니라 현대 사회 전체를 향한 강렬한 질문으로 확장된다. 전통적인 내러티브에 익숙한 관객에게는 느리고 고요한 전개가 난해하게 느껴질 수 있었지만, 영화는 결국 깊은 철학적 사유와 강렬한 종교적 체험을 제공하며 독립영화의 진정한 가치를 보여주었다. 평단에서는 올해 최고의 영화 중 하나라는 찬사가 이어졌고, 이선 호크는 수많은 비평가 협회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을 휩쓸며 배우 인생의 정점을 찍었다. 그러나 흥행 측면에서는 대중적 소비와는 거리가 있었고, 상업적 성과보다는 예술적 성취로 기억되는 작품으로 남았다.
영화 <First Reformed> 속 종교와 내면
<First Reformed>의 중심에는 종교와 개인의 내적 갈등이 자리한다. 주인공 톨러 목사는 작은 교회의 사역을 맡고 있지만, 과거 가족을 잃은 상처와 개인적 죄책감으로 인해 깊은 내적 고통에 시달린다. 그는 신앙을 유지하려 애쓰지만, 세상의 불의와 환경 파괴, 무기력한 교회의 모습 앞에서 점점 더 큰 의문에 빠진다. 영화는 기독교 신학의 전통적 개념인 ‘희생과 구원’, ‘죄와 속죄’를 탐구하면서도, 그것을 현대인의 실존적 불안과 연결한다. 톨러는 자신이 목사로서 어떤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지, 하나님과의 관계를 어떻게 회복해야 하는지를 고민한다. 그러나 그의 고민은 단순히 개인적 차원이 아니라, 세계의 고통과 사회적 위기 속에서 인간이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라는 보편적 질문으로 확장된다. 영화는 이러한 내적 갈등을 차분하고 고요한 연출로 드러낸다. 카메라는 종종 인물의 얼굴을 정적으로 응시하며, 관객이 그의 심리와 신앙적 고뇌를 직접 마주하게 한다. 톨러가 쓰는 일기는 그의 내면의 독백이자, 인간 존재 전체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장치로 기능한다. 결국 영화는 종교적 믿음이 단순한 교리적 수용이 아니라, 삶과 죽음을 관통하는 실존적 투쟁임을 보여준다.
환경과 사회
이 영화의 또 다른 독창성은 종교적 주제를 환경 문제와 연결한 점이다. 톨러는 한 신도 부부와의 상담을 계기로 현대 사회의 환경 파괴 문제와 직면하게 된다. 그는 지구의 미래가 불안정하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으며, 신앙과 환경, 사회적 책임을 결합한 새로운 고민에 빠진다. 특히 환경 문제를 단순한 과학적 이슈가 아니라 신학적이고 도덕적인 문제로 접근한 점은 영화의 차별화된 지점이다. 지구가 파괴된다면 신의 창조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인간은 하나님의 피조물로서 어떤 책임을 져야 하는가라는 질문은 단순히 신학자들만의 것이 아니라 모든 인류가 마주해야 할 문제로 제기된다. 톨러는 점차 자신의 신앙을 행동으로 옮기려 하지만, 그 과정은 급진적이고 파괴적인 선택으로 이어질 위기를 드러낸다. 영화는 종교적 믿음과 사회적 행동이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보여주면서, 단순히 개인의 내적 고백을 넘어서 사회적 신앙의 의미를 탐구한다. 자본주의 체제와 교회의 무기력한 모습은 종교가 세상의 고통에 어떻게 응답해야 하는지에 대한 비판적 성찰을 담아낸다. 이처럼 영화는 종교적 내러티브와 현대 사회의 문제를 결합하며, 독립영화의 비판적이고 실험적인 특성을 극대화했다.
흥행 성과
<First Reformed>는 평단의 극찬에도 불구하고 상업적으로는 제한된 성과에 그쳤다. 제작비 약 350만 달러 규모의 저예산 영화였으며, 북미와 해외에서 소규모 개봉으로 상영되었다. 전 세계 흥행 수익은 약 400만 달러에 불과했지만, 이는 제작비를 가까스로 회수하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영화의 상업적 실패는 그 예술적 성취를 가리지는 못했다. 수많은 영화 비평가들이 이 영화를 2017년 최고의 영화 중 하나로 꼽았으며, 특히 이선 호크의 연기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노미네이트 되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 비평가 협회상을 휩쓸 정도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영화는 흥행에서는 실패했지만, DVD, 블루레이, 스트리밍 플랫폼을 통해 꾸준히 소비되며 새로운 관객을 확보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First Reformed>는 단순한 종교 영화가 아니라, 환경 문제와 사회적 책임을 결합한 현대적 신학 드라마로 자리매김했다. 또한 폴 슈레이더 감독의 커리어에서 새로운 전환점을 마련한 작품으로 평가되며, 그가 오랫동안 탐구해 온 죄와 구원, 인간의 내적 고통이라는 주제를 현대적 맥락에서 재해석한 사례로 남았다. 결국 이 영화는 상업적 성공과 무관하게 예술적 가치와 철학적 깊이를 통해 독립영화의 의미를 확장시킨 대표작으로 인정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