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9년 미이케 다카시 감독의 First Love는 ‘잔혹함 속의 따뜻함’이라는 역설적 정서를 통해 인간과 세상의 경계를 그린 작품이다. 장르적으로는 누아르, 블랙코미디, 로맨스가 혼합되어 있지만, 그 중심에는 ‘살아 있음’에 대한 질문이 자리한다. 복서 레오와 성매매 여성 모니카가 범죄 조직의 음모에 휘말리며 벌어지는 하룻밤의 이야기를 통해, 감독은 사랑의 본질을 폭력과 혼란 속에서 찾아낸다. 미이케 특유의 과장된 잔혹미와 유머가 교차하면서, 영화는 현실보다 더 현실적인 감정의 리듬을 만들어낸다. 일본 독립영화의 틀 안에서 보기 드문 ‘에너지의 영화’이지만, 그 속에 담긴 인간적인 온기는 섬세하고 깊다. 이 글에서는 First Love의 세 가지 축—폭력의 리듬, 사랑의 충돌, 생의 유머—를 통해 작품이 가진 서사적 긴장과 정서를 살펴본다.
영화 <First Love> 속 폭력의 리듬
미이케 다카시는 폭력을 단순히 시각적 자극으로 소비하지 않는다. 그의 영화에서 폭력은 언제나 리듬을 가진다. First Love에서도 마찬가지다. 도쿄의 밤거리를 질주하는 자동차, 쏟아지는 네온 조명, 빠른 편집과 느린 슬로모션이 교차하며, 폭력은 일종의 춤처럼 묘사된다. 하지만 이 춤은 파괴가 아니라 생존의 몸부림이다. 복서 레오는 자신의 머리에 종양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삶의 의미를 잃지만, 우연히 모니카를 구하며 새로운 감정에 휩싸인다. 감독은 이 폭력적인 서사를 통해 인간의 생존 본능을 보여준다. 주먹질, 총격, 추격—이 모든 혼란의 리듬은 죽음의 불안과 동시에 삶의 역설적인 환희를 표현한다. 일본 독립영화의 전통적 정적 리얼리즘과 달리, 미이케는 ‘폭발적 리얼리즘’을 선택했다. 그러나 그 속에도 삶의 고통을 관통하는 진실성이 있다.
폭력은 레오의 내면을 비추는 거울로 기능한다. 그는 세상과 싸우는 동시에 자신과 싸운다. 감독은 그 내면의 혼돈을 시각적으로 재구성한다. 피가 튀는 장면조차 잔혹하지 않고, 오히려 희극적으로 느껴지는 이유는 그 폭력이 현실의 절망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First Love의 폭력은 인간이 살아가기 위해 감당해야 하는 ‘리듬’ 그 자체다. 그것은 부정할 수 없고, 피할 수도 없는 현실의 일부로 존재한다. 미이케 다카시는 폭력을 통해 인간의 연약함을 드러내며, 그것이야말로 진짜 삶의 리듬이라고 말한다.
사랑의 충돌
레오와 모니카의 관계는 영화의 감정적 중심축이다. 그들은 처음부터 서로의 상처를 알아본다. 레오는 싸움 속에서 세상을 잃었고, 모니카는 착취와 공포 속에서 자신을 잃었다. 두 사람은 절망의 끝에서 서로를 구한다. 하지만 그 사랑은 순수하지 않다. 총격전과 배신, 추격이 이어지는 혼돈 속에서도 그들은 서로를 붙잡는다. 감독은 이 사랑을 낭만화하지 않는다. 오히려 ‘사랑은 생존의 또 다른 형태’ 임을 보여준다. 일본 독립영화의 전통적 서사가 고요함과 내면을 강조했다면, First Love는 생생한 혼돈 속에서 감정의 진실을 드러낸다. 사랑은 이 영화에서 구원이 아니라 충돌이다. 두 인물은 서로를 통해 살아남지만, 동시에 서로를 통해 자신이 얼마나 부서져 있는지도 깨닫는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두 인물이 함께 달리는 장면이다. 도로 위를 질주하며 총알이 빗발치는 순간, 감독은 슬로모션으로 그들의 얼굴을 비춘다. 공포와 희열, 절망과 기쁨이 동시에 교차하는 그 표정은 사랑의 복잡성을 시각적으로 상징한다. 그들의 사랑은 완전하지 않지만, 현실적이다. 그 불완전함 속에서 인간은 진짜 감정을 느낀다. 미이케 다카시는 ‘사랑이란 폭력적인 세계 속에서 유일하게 남은 유대의 형식’임을 보여준다. 그 사랑은 깨지고, 더럽혀지고, 불안정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을 살게 만드는 유일한 이유다.
생의 유머
영화의 마지막은 뜻밖의 유머로 마무리된다. 피와 절망으로 가득 찬 세계 속에서도 감독은 웃음을 놓지 않는다. 총알이 빗나가고, 악당들이 엉뚱하게 자멸하며, 두 주인공은 기적처럼 살아남는다. 미이케 다카시의 블랙유머는 이 영화의 철학적 중심이다. 그는 삶을 잔혹극으로 그리되, 동시에 희극으로 바라본다. 인간의 고통은 결코 아름답지 않지만, 그 속에서조차 웃음을 발견할 수 있다는 태도—이것이 바로 일본 독립영화의 또 다른 진화형이다. 미이케는 ‘진지함’의 틀을 깨고, 현실의 무게를 유머로 전복시킨다. 이 유머는 가볍지 않다. 그것은 삶이 지속되기 위한 최후의 방어기제이자, 절망 속에서 인간을 지탱하는 감정의 본능이다.
First Love의 결말에서 레오와 모니카는 도쿄의 새벽거리를 걸어간다. 모든 것이 끝났지만, 그들의 대화는 평범하다. “배고프네.” “뭐 먹을래?” 그 평범한 문장이 영화 전체의 메시지를 응축한다. 삶은 여전히 이어지고, 사랑은 여전히 불완전하다. 폭력의 리듬, 사랑의 충돌, 생의 유머—이 세 가지는 First Love의 정서적 구조이자 미이케 다카시의 세계관이다. 그는 삶을 무겁게 바라보되, 그 무게 속에서 인간의 웃음을 발견한다. 이 영화는 잔혹함을 통해 사랑을 이야기하고, 절망을 통해 희망을 보여준다. 그것이 바로 일본 독립영화가 세계적으로 존경받는 이유이며, First Love가 그 흐름 속에서 남긴 강렬한 흔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