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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A Tree of Palme> : 세계를 통과하며 남긴 질문의 형태

by don1000 2025. 12. 16.

영화 &lt;A Tree of Palme&gt; : 세계를 통과하며 남긴 질문의 형태

 

A Tree of Palme은 하나의 세계를 통과하는 여정을 통해 존재가 무엇으로 정의되는지를 조용히 탐색하는 작품이다. 이야기는 비교적 단순한 구조를 가지고 있지만, 그 안에 배치된 세계의 규칙과 이동 방식은 매우 독특하다. 주인공은 스스로가 어떤 존재인지 명확히 알지 못한 채 길을 떠나며, 그 여정에서 만나는 장소와 인물들은 모두 세계의 구조를 설명하는 단서처럼 기능한다. 영화는 감정을 앞세우기보다는, 세계가 어떻게 작동하고 그 안에서 존재가 어떤 위치를 차지하는지를 차분하게 보여 주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영화 <A Tree of Palme> 속 규칙으로 이루어진 세계의 표면

이 작품의 세계는 감정에 따라 반응하지 않는다. 대신 정해진 규칙과 질서에 따라 움직이며, 그 규칙은 인물에게 친절하게 설명되지 않는다. 주인공은 세계의 작동 방식을 몸으로 부딪히며 이해해야 하고, 이해하지 못하면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이 구조는 세계를 하나의 시험장처럼 보이게 만든다. 하지만 시험의 목적은 정답을 맞히는 데 있지 않고, 규칙을 받아들이는 태도를 확인하는 데 있다. 도시와 자연, 기계와 생물의 경계가 명확하지 않은 공간들은 세계가 하나의 논리로만 이루어지지 않았음을 암시한다. 어떤 장소에서는 물리적인 규칙이 지배적이고, 다른 장소에서는 상징적인 규칙이 작동한다. 주인공은 이 차이를 설명받지 못한 채 이동하지만, 이동을 반복할수록 세계의 층위가 점점 보이기 시작한다. 이 과정은 관객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되어, 세계를 이해하려는 시선이 자연스럽게 형성된다. 중요한 점은 세계가 주인공을 돕지 않는다는 것이다. 친절한 안내자나 명확한 목표는 존재하지 않으며, 주인공이 내리는 선택이 곧 다음 장면의 조건이 된다. 이 방식은 세계가 인물에게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아니라, 인물이 세계를 통과하며 의미를 만들어 가는 구조임을 분명히 한다.

여정을 통해 바뀌는 존재의 위치

주인공의 여정은 성장 서사의 형태를 띠고 있지만, 일반적인 성장 이야기와는 방향이 다르다. 그는 무엇을 성취하거나 극복하기보다, 자신이 세계 안에서 어떤 위치에 놓여 있는지를 조금씩 인식하게 된다. 처음에는 세계에 의해 밀려다니는 존재였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이동의 방향을 스스로 결정하게 된다. 이 변화는 성격의 변화라기보다, 세계를 바라보는 시선의 이동에 가깝다. 여정 중 만나는 인물들은 주인공에게 직접적인 교훈을 주지 않는다. 대신 각자 자신이 맡은 역할을 수행하며, 그 모습 자체가 세계의 단면을 보여 준다. 어떤 인물은 규칙에 충실하고, 어떤 인물은 규칙을 벗어나려 하며, 또 어떤 인물은 규칙의 존재조차 인식하지 못한다. 주인공은 이 다양한 태도를 관찰하며, 자신이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 스스로 판단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주인공의 존재감은 점점 분명해진다. 그는 더 이상 세계의 일부로만 소비되지 않고, 세계의 흐름에 영향을 미치는 존재가 된다. 그러나 이 영향력은 거창하게 표현되지 않는다. 작은 선택 하나, 멈추는 순간 하나가 세계의 반응을 바꾸고, 그 반응이 다음 여정을 결정한다. 작품은 이 미세한 변화를 통해 존재가 어떻게 자리 잡는지를 보여 준다.

끝에 남겨진 질문의 무게

영화의 마지막에 가까워질수록 여정은 종착점에 다가가지만, 명확한 해답은 제시되지 않는다. 세계의 규칙은 완전히 설명되지 않고, 주인공의 정체성 또한 단정되지 않는다. 대신 관객은 여정을 통해 축적된 장면들을 바탕으로 스스로 의미를 정리하게 된다. 이 방식은 작품이 답을 제공하기보다 질문을 남기는 데 목적이 있음을 분명히 한다. 마지막 장면에서 주인공이 서 있는 위치는 처음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위치를 바라보는 시선은 완전히 달라져 있다. 세계는 여전히 복잡하고, 규칙은 여전히 명확하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인공은 더 이상 그 복잡함에 휘둘리지 않는다. 자신이 어디에 서 있는지를 인식하고, 그 인식 자체를 받아들인다. A Tree of Palme은 여정을 통해 무엇을 얻었는지보다, 여정이 끝난 뒤 무엇을 질문하게 되었는지를 중요하게 다룬다. 세계를 통과하며 남긴 것은 성취가 아니라 인식이며, 그 인식은 쉽게 정리되지 않는다. 작품은 이 불완전한 상태를 그대로 남겨 두며, 존재란 명확한 정의보다 계속 이어지는 질문에 가깝다는 사실을 조용히 전한다.